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마음이 어딨냐고? 심장? 머리? 나라는 존재는 대체 어디 있지? 뇌가 나의 모든 행동을 조종하고 제어한다면 뇌가 곧 나인가? 별 볼일 없이 빌빌거리는 내 뇌 대신에, 훌륭하기 짝이 없는 A라는 친구의 뇌를 이식한다면, 그러면 나는 나인가, A인가?
마음과 몸이 서로 어떤 관계인지 궁금해 한건 이미 원시시대부터이지만 뇌와 마음 작용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20세기 이후에 시작됐다. 예전엔 영혼이 따로 있고 몸이 따로 있다는 이원론이 우세했다. 몸은 물질이고 물리적 법칙에 지배당하는 존재라는 것, 그래서 우리가 죽으면 영혼(마음)이 몸을 떠나서 우주에 별개의 실체로 남는다고 믿었다. 이제는 마음과 몸이 하나라는 일원론, 마음은 몸의 생물적 기관 작용이라는 게 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생각과 감정과 정서, 마음 같은 것들이 죄다 뇌를 통해서 이뤄진다는 사실이 여러 실험을 통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캐나다 외과의사로 뇌 지도를 만든 펜필드 박사는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를 대상으로 뇌 자극 실험을 진행했다. 환자의 뇌 표면에 전극을 연결하고 어떤 부분을 자극하자 환자의 근육 특정부분이 움직이는 걸 발견했다. 자극 부위를 바꿀 때마다 이상한 피부감각이 느껴지거나 빛이 번쩍거리기도 했다. 뇌 옆 부분을 자극했을 때 환자는 말했다. “어린 시절 내가 살았던 집을 보았어요. 내가 집안 키친에 있는데 밖에서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와 내가 키우던 고양이 소리도 들려요.”
또 다른 사례도 있다. 40대 여성 간질 환자를 병원침대에 두 다리 뻗고 기대어 앉게 한 다음 뇌의 윗부분에 자극을 주자 환자는 말한다. “내가 공중에 떠서 나 자신을 내려다보는 것 같아요. 지금은 길게 뻗은 두 다리가 보이네요.” 일반 사람들이 꿈속에서나 체험할 것 같은 일을 깨어있는 상황에서 체험한 것이다. 뇌를 자극하는데 따라 인식과정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곧, 뇌의 작용과 마음이 관련된다는 실증이다.
미국 신경과학자 리벳의 실험도 유명하다. 그는 실험참가자들이 무심하게 앉아 있다가 마음 내킬 때마다 손목을 까딱하도록 지시하고 뇌의 활동을 측정했다. 그 결과, 손목이 움직이기 약 0.35초 전에 뇌에서는 전기적 변화가 일어났고 0.08초 전에는 뇌에서 팔 근육에 전달될 운동신경의 움직임이 관찰되었다. 결국 마음이 작동하려면 뇌에서 신경생리 활동이 먼저 일어난다는 것, 마음 작용은 뇌의 전기신경 과정과 관련이 있다는 결론이다.
세계적인 휴먼로봇 공학자 이시구로박사는 마음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자기 안에 ‘마음’이 물질적으로 존재한다고 느낀 적이 없다. ‘마음’이란 ‘존재’가 아니라 복잡다단한 인간의 뇌 활동을 외부에서 관찰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뇌 과학, 인지심리학, 신경과학, 컴퓨터공학이 손에 손을 잡고 마음과 뇌의 미답 영역을 하나씩 파헤쳐가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과학적 답변도 내 ‘뇌’를 자극할 뿐, 내 ‘마음’을 건드리지는 않는다. 세상을 방황하던 한 젊은이가 면벽수도 중이던 달마대사 앞에 자신의 팔 한 쪽을 댕강! 짤라 바치며 ‘제 마음이 너무도 어지럽습니다.’라고 고하자 달마대사가 말한다. “네 마음을 이리 가져오너라!” 이 한마디에 젊은이는 마음이 어디에도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일화인데, 에구 저런! 팔 자르기 전에 좀 알려주시지….
기쁨, 슬픔 같은 감정은 독립적 경험이 아니다. 우리 뇌가 전반적으로 인지한 정보처리 결과에 대한 가치 판단, 그 판단이 곧 즐겁다, 싫다, 슬프다 등의 ‘마음’으로 나타난다는 기능적 역할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김 케이 임상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