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척도

상대가 원하지도 않는데 조언하면 잔소리다. 부탁 받지 않은 충고도 잔소리다. 꼰대들은 왜 듣기 싫다는 젊은 세대에게 부득부득 조언이 하고 싶을까? 하면 할수록 꼰대 소리를 들으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면 정말 꼰대다. 꼰대는 자기가 늘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 타인이 항상 틀렸다고 지적하며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이다(문예비평, 2017).

위키백과에 올라간 한국 단어, ‘꼰대’(kkondae)를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말한다. “주변에서 당신의 헌신을 알아주지 않아서 화가 나는가? 젊은이의 패션이나 연애생활에 쓸데없는 조언을 하고 있는가? 후배가 커피를 가져오지 않으면 짜증이 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드디어 ‘꼰대나라’에 입성했다!”

2019년, BBC도 ‘꼰대’라는 한국말에 주목했다. “전 세계적으로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는 더 오래 살고, 더 늦게 은퇴하여 직장이나 사회에서 젊은이와 노인 사이에 점점 불편한 역학관계가 증가한다. 한국의 꼰대는 밀레니얼 세대(1980-1994년생)에게 자기주장만 하고 거들먹거리는 늙은이로 비친다.”

꼰대는 몇 살 부터인가? 손자 볼 나이의 노인만 꼰대 소리를 듣는 건 아니다. 얼마 전 한국의 여론조사에서 Z세대(2000-2010년생)가 인식하는 ‘아저씨’는 25살 이상, Z세대의 다음 세대인 21세기 출생자들을 가리키는 알파세대(2010-2015년생)가 인식하는 ‘꼰대’는 30세 이상을 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Z세대와 알파세대는 30대 꼰대들을 ‘젊꼰’(젊은 꼰대)으로 부른다. ‘젊꼰’은 피 터지는 직장잡기 경쟁에서 살아남은 불굴 투지의 승리자 출신들로, 독선적이고 자기가 방금 지나온 시대가 얼마나 가혹한 생존경쟁의 전장이었는가를 강조하며 ‘너희들은 모르지? 내 말 잘 들어!’라고 몰아붙인다.

소장파 학자들(이지연, 고동우, 최경찬, 2021)이 최근 개발한 한국적 ‘꼰대 척도’ 모델은 꼰대짓을 하게 되는 인간의 심리적 이유 세 가지를 정확히 분석하고 있다. 첫째, 잘 된 일은 다 내 덕이고 잘못된 일은 남의 탓으로 돌리기(귀인오류) 둘째, 자기 생각을 일반화해서 타인에게도 절대적으로 적용시키기(인지경직) 셋째, 심리적 융통성 부족(자기중심적 소통).

연구 자료로 쓰인 탐색요인 문항에 자신, 또는 떠오르는 누군가를 비춰보면 예비꼰대 가능성을 예측해볼 수 있다. (1)나는 젊어서 고생을 많이 했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편하게 살면서도 감사할 줄을 모른다 (2)요즘 젊은 사람들은 노력 없이 불평만 많다 (3)요즘 젊은 사람들은 기본 예의범절이 없다 (4)요즘 젊은이들은 복에 겹다 (5)나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사람들은 쓴 소리를 싫어한다 (6)나 젊었을 때 비해 요즘 젊은이들은 신체, 정신적으로 나약하다 (7)젊은 애들 행동에 못마땅한 게 많다 (8)내가 항상 옳다고 생각한다 (9)‘내가 해봐서 아는데...’를 종종 쓴다 (10)왕년에, 예전에, 그때는 이라는 표현과 함께 내 주장을 편다 (11)사람들이 내 생각을 변화시키려 할 때 언짢다 (12)사람들이 지루해 하는데도 계속 이야기한다 (13)남들 생각 안하고 말이 너무 많다는 소리를 듣는다 (14)남들이 내 얘기를 경청하는지, 지루해 하는지 분간 못할 때가 많다 (15)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내 중요한 얘기에 흥미를 갖지 않아 답답하다

흐음~~ 쓰고 보니 이거 지금 내 얘긴가?

<김 케이 임상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