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같이 밥 먹을 사람?
오슬오슬 추운 겨울 아침엔 월남국수다. 얇게 채 친 양파에 숙주, 스리라차를 곁들이면 환상조합이다. 뜨건 국물을 후루룩 찹찹찹. 친한 사람끼리 함께 하는 아침엔 프렌치토스트? 오븐에서 막 꺼낸 두툼한 식빵에 계란 물을 입히고 그릴해서 파우더 슈가와 계피가루 스프링클! 시럽을 끼얹어 입 크게 벌리고 와앙!
좋은 사람과 맛있는 걸 먹는 일은 행복하다. 일을 많이 한 날, 더 이상 손가락 하나 움직일 기운이 없다가도 저만치 짝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몸이 저절로 일어나지며 웃는 얼굴이 된다. 그렇다면 기운 없게 느낀 건 방금 전의 기분일 뿐, 내 몸을 움직이는 힘의 원천은 따로 있단 말인가? 심리학은 그 힘을 ‘생존욕구’라 부른다.
매슬로라는 인본주의 심리학자는 인간욕구를 다섯 단계로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먹고 입고 자는 게 해결되고 성욕이 처리되는 생리적인 욕구가 채워진 인간은 2단계로 안전의 욕구를 바란다. 박탈, 위협,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욕구다. 이런 것들이 보장되면 인간은 행복할까? 아니다. 다음 단계로 애정과 소속의 욕구가 일어난다. 가족, 친지들과 친교를 맺고 그룹에 속하고 싶은 욕구다. 이것을 채우고 나면 4단계, 존중의 욕구가 나타난다. 성취, 자신감, 존경을 받고 싶은 욕구다. 5단계는 자아실현의 욕구.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도덕성과 창조성을 추구한다. 생리욕구는 그때그때 채워지면 그만이나 5단계 욕구는 충족될수록 더 높이 나아가려는 성향을 보인다. 그러면 인간은 언제 스스로 만족하며 행복하다 느낄까?
오랫동안 심리학자들이 다뤄온 주제들이 편견, 열등감, 우울, 공포, 거짓 등 부정적인 것이었던데 반해, 연세대 서은국 박사는 ‘행복 연구’에 집중한다. ‘기본적 욕구들이 충족되면 돈은 더 이상 행복을 증가시키는데 크게 기여하지 않는다’는 게 서 박사의 유명한 행복조건 실험 결과이다. ‘좋은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웃고 떠들며 친교를 하고 그룹에 속해있다는 안정감을 느끼는 시간이 곧 행복이다. 행복은 머릿속에 그리는 생각 속의 그림이 아니다. 행복은 경험이다.’ 그래서 행복은 보란 듯이 한 큐에 짠! 하고 복권 터지듯 오는 게 아니라 일상 중에 자잘하게 조금씩이라도 자주 느끼는 경험의 총합이라는 것이 행복심리학자의 설명이다.
전방 보초를 서는 군인들이 추운 날씨, 극심한 고초를 겪는 중이라도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생각만으로 고통의 양이 줄어든다는 게 최근 심리학 연구 결과이다. 산악인들 역시 ‘함께함’,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했던 기억’을 통해 오르막의 경사 각도를 덜 심하게 받아들였다는 연구도 있다. ‘함께’를 더욱 빛나는 행복경험으로 만들어주는 매개가 바로 음식이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은 신체적, 정서적 행복에 가장 소중한 일상 체험이다.
같이 밥 먹으며 행복 만들기는 요즘 앱(App)으로도 가능하다. 한국 인기앱으로는 ‘같이먹자’, ‘밥친구’에서 친구 만들기와 같이 먹기의 행복을 만들 수 있다. 구글판으로는 ‘Eatogether’에서 남사친, 여사친 만들기와, 같이 먹기를 체험할 수 있다. 앱 찾기가 번거롭다면 이미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와, 동료와, 같은 접시, 같은 냄비에 숟가락을 꽂고 키들거리는 시간을 만들자. 2022에 하지 못했다면 2023에 더 자주 하기.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의 토털이니까!
<김 케이 임상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