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스마트폰 싫다니까!

어머니날 선물? 아버지 생일 선물? 65세 이상 노년층이 자녀로부터 가장 받고 싶지 않은 선물로 새 스마트 폰과 새 태블릿이 꼽혔다.

“지금 가진 스마트 폰 기능에 익숙해지기까지 서너 달 걸렸지요. 이제 좀 쓸 만해졌는데 또 새 거를 사준다고? 제발, 노 땡큐!” 프린스턴대 인간수명 연구소의 디지털 기기 친화실험에 참여했던 로라 맥컬슨 할머니(72)의 고백이다.

연구팀은 ‘수백만 명의 노령층이 매일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읽고 그 뉴스를 자기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퍼나르고 있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가짜뉴스를 식별하는 능력이 30대 이전 세대에 비해 무려 7배나 낮다는 것. 이들은 특히 정치 가짜뉴스에 속아서 그 내용을 친구들에게 큰일 난 것처럼 떠벌이고, 전달/공유도 하지만 그 가운데 절반은 가짜였다는 게 영국 인터넷 여론조사기관 YouGov의 최근 발표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기 시작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그전까지 종이와 연필만 가지고도 행복했었다. 이들에게 컴퓨터는 일부러 마음먹고 배워야하는 과업이다. 태어나보니 이미 세상이 컴퓨터로 움직이고 있는 손자 세대와는 다르다. 물건을 고르면서 친절한 점원과 날씨 이야기를 주고받던 시절은 ‘아 옛날이여!’ 일뿐. 많은 업소들이 크레딧 카드만 받는다. 캐시어에게 크레딧 카드를 건네주는 게 아니라 입 다물고 카드단말기와 상대해야한다. 세상을 오래 살았는데 사는 게 쉬워지기는커녕 점점 더 어려워진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연구팀은 지난해 ‘디지털 시민권’ 컨셉을 도입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디지털 환경에 참여할 수 있어야하고 디지털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어야한다는 주장이다. 유네스코 역시 10년 전부터 노인층이나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블루컬러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소외되는 문제를 심각하게 여겨왔다. ‘디지털 문맹(Digital Illiteracy)’ 때문에 세계 경제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을 우려한다.

고급 쇼핑몰, 온통 투명 유리로 디자인된 첨단 디지털기기 전문 스토어에는 세일즈맨들이 스무 살 남짓 날렵한 청년층이다. 이들이 상대하는 고객 역시 젊은 층이 주류. 근데 이게 웬일? 저쪽 구석 한 편에 머리가 허옇게 센 노인들 한 무리가 모여있다. 가까이 가보니 ‘무료 태블릿 교실.’ 새파란 손주 뻘 청년이 한없는 인내심으로 스마트폰 사용법을 교육하고 있다.

선생님, 폴 마커(21)는 말한다. “나의 할아버지에게 가르쳐 드린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아이패드나 아이폰에서 지메일을 읽을 수 있도록 주소와 패스워드 만들기를 가르치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죠. 근데 나중에 보니 정작 와이파이에 연결도 안 되어 있더라구요.”

이들 교육자에게는 다음과 같은 프로토콜이 주어진다. 노인들이 이미 알고 있는 집주소나 자녀 이름에서 시작하라. 이걸 익히고 나면 무얼 할 수 있는지 맛보기로 보여줘라. 손주 사진을 불러오고, 세계 뉴스를 실시간으로 보게 하라. 어려운 테크놀로지 용어를 쓰지 마라. 제발 천천히 진행하라. 탭핑, 클릭, 버튼 사용을 본인들이 연습할 동안 충분히 기다리라. 노인들이 헷갈린다고 말하면 백번 이해한다고 대답하라. ‘당신은 할 수 있다.’고 격려하라.

젊은 시절, ‘내 아이만은 못 가르친다.’던 베이비부머들이 어느새 ‘내 할머니, 할아버지만은 못 가르친다.’의 대상이 되었나? 점점 빨라져만 가는 야속한 디지털 세상!

<김 케이 임상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