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은 자유

이른 아침, 눈을 뜨면서 잠깐 망설인다. 일어날까? 더 잘까? 하루하루, 매 순간이 선택이다. 머릿속은 수많은 지식과 상식들로 가득한데 마음은 “더 자자! 더 자자!” 다른 방향으로 잡아끈다. “논리형이신가요, 감정형이신가요?”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나는 논리형’이라 답한다. MBTI 가 말하는 논리형(T;Thinking)과 감정형(F;Feeling)은 선택 앞에서 ‘진실과 사실’을 보느냐, 아니면 ‘사람과 관계’를 보느냐의 갈림이다. 자신이 충분히 이성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매사 심사숙고하며 늘 최단거리에 직선 인생을 달려갈까? 글쎄… 자신은 논리형이며 따라서 스스로 정한 선택은 옳았다고 우긴다면, 하는 수 없다. 착각은 자유이니까.

소위 똑똑하다는 인간들이 평생 얼마나 많은 인지적 오류를 저지르며 사는지, 재미난 심리학 연구들이 이를 증명해준다. 실험은 판검사를 대상으로 실제 성폭력 사건자료를 나눠준 다음 쉬는 시간에 신문기자들이 전화를 거는 설정이다. “이번 판결에 징역이 6개월 이하로 나올까요?”라는 질문을 받는 그룹과 “이번 판결에 징역이 6개월 이상으로 나올까요?”라는 질문을 받는 그룹이다. 앞 그룹은 징역 25개월을 선고했고, 나중 그룹은 징역 30개월을 선고했다(2001년 쾰른대 심리학연구팀). 사람들은 흔히 처음 제시되는 숫자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기준점 편향’(Anchoring Bias)이다.

‘틀 효과 오류’(Framing Effect Bias)는 어떤가? 내용은 같은 얘기인데도 어떤 틀에 담아 전달받느냐에 따라서 행동과 태도가 달라진다. 우리 뇌는 맥락에 무진장 영향을 받기 때문인데 성공률 95%나 실패율 5%는 같은 내용인데도 사람들은 성공률 95%를 훨씬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무지방 90%나 함유지방 10%는 같은 얘기지만 사람들은 무지방 90%를 선택한다. 이는 이스라엘 히브루대학 대니얼 카너먼 교수의 연구로, 이 결과는 전세계 굴지의 대기업 마케팅 광고에 즉각 활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심리학자인 카너먼 박사에게 노벨경제학상을 안겨주었다.

스포츠 경기에서 내 편이 태클을 걸면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것이고, 상대편이 했다가는 반칙이라며 고함을 치는 ‘선택적 지각 오류’(Selective Perception Bias). 벼르고 별러 새 차를 샀는데 더 좋은 모델이 나왔을 때, “흐음~ 내 차가 역시 최고야!”라고 스스로 위로하는 ‘선택지원편향’(Choice Supportive Bias).

스마트한 ‘논리형’ 인간들이 저지르는 뭐니 뭐니 가장 흔한 오류는 ‘맹점 편향’(Blind Spot Bias)이다. 다른 사람 의견에는 모순이 있고 자기 의견은 비합리적인데도 언제나 옳다는 주장인데, 이야말로 편향 중에 으뜸이다. 2002년 프린스턴대 사회심리 연구팀은 ‘교육배경이 높은 사람들, SAT점수를 만점 가까이 받은 사람일수록 자기 의견은 틀리지 않다고 생각하는 오류에 빠지기 쉽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이 만든 산수 문제를 함께 풀어보자. <문제: 야구 방망이와 공의 가격은 합쳐서 1달러 10센트, 방망이는 공보다 1달러 비싸다. 공은 얼마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10센트라고 말하지만 정답은 5센트이다. 공 5센트, 방망이 가격 1달러 5센트라야 합계 1달러 10센트, 가격 차이는 1달러가 된다. 사람은 스스로 이성적이라 생각하지만 실은 머리를 덜 쓰는 작전으로 쉽게 살아간다. 다른 사람의 잘못은 눈에 보이는 대로 쉽게 판단하면서 자신의 잘못은 내면을 관찰하려는 경향 때문이다. 이래도 당신은 ‘논리형’인가?

<김 케이 상담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