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은 나의 힘

연애에서 키스나 포옹을 빼면 뭐가 남을까? 입술은 입술끼리, 가슴은 가슴끼리, 맞대고 포개고 물들고 싶은 사이. 하지만 10초짜리 키스 한번에 8,000만 마리의 박테리아가 이동한다. 그러나 아무리 코로나가 길어진대도 연인과 6피트 거리 유지? 그건 안 되지. 포옹은 힘이다. 이미 침투한 박테리아에 효율적으로 맞서 싸우는 정서적 지원이 포옹에서 나오기 때문이다(카네기 멜론대 심리학 연구, 2014). 연구팀이 당시 개인적 갈등을 겪은 일반인 500명을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시킨 결과, 포옹을 자주 한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훨씬 덜 감염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이 포옹을 받은 직후, 사랑 호르몬 옥시토신 분비는 늘어났고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은 감소했다.

젊을수록 신체적 거리를 감정적 거리로 여긴다. 눈에서 멀면 마음에서도 멀다.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은 옛날 얘기다. 사람은 접촉에 반응하도록 만들어졌다. 코로나 이전에 얼마나 자주 다른 이들과 만지고 부딪히며 살아왔는지 떠올려보면 된다. 우리의 촉각신경은 받아들인 신호를 감정적, 사회적 반응으로 바꾼다. 부드러운 움직임과 가벼운 접촉, 따뜻한 온도, 이 세 가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나는 받아들여졌다! 나는 사랑 받는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라는 느낌을 준다. (스웨덴 뇌과학자 와슬링 박사팀 논문, 2020) 연구 결과, 토닥이는 속도는 천천히 1초 1회, 쓰다듬을 땐 2초 1회가 적절하다. 껴안는 강도 연구에서는 꽉 아니고 슬쩍도 아닌, 중간세기가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생물학 저널 ‘쎌’은 밝히고 있다.

독일 루르대 심리학연구팀은 포옹하는 팔의 방향에도 주목한다. 껴안을 때 대부분은 오른팔을 뻗쳐 상대방의 왼쪽 어깨를 감싼다는 것. 하지만 감정이 고조된 상태에서는 왼팔을 올려 상대방의 오른 어깨를 먼저 감싼다. 이들은 독일의 10개 주요 공항에서 사람들이 포옹하는 모습을 3,000여 건 이상 관찰했는데 포옹이 길어지고 감정표현이 클 때는 왼쪽 팔이 먼저 나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감정을 지배하는 뇌는 오른쪽, 이성을 관장하는 뇌는 왼쪽이라는 ‘대뇌 우반구 가설’과도 결과는 일치한다.

코로나 탓에 지난 1년 이상 아무에게서도 포옹이나 입맞춤을 받지 못한 사람들을 나는 알고 있다. 응급실로 실려 간 환자들의 외로운 피부는 의료진의 고무장갑을 통해서만 만져졌고, 안타깝게 병상에서 세상을 떠난 분들 역시, 사랑하는 가족들의 살갗 부비기를 받아보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다. 유족들은 고인의 손을 잡아보지 못하고 병실 유리창 너머로 안녕을 했다. 상담실에서 그런 분들의 상실을 위로하는 나는, “당신을 허그 해도 될까요?” 먼저 묻고 서로 오래오래 안는다. 포옹을 경험할 때 사람들은 눈물을 멈추는 대신 더 많이 흐느낀다. 감정적 위로와 유대감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 나도 어머니를 여의었다. 먼 길, 장지에서 조문객들은 막내딸인 내 두 눈의 눈물을 자신의 손등으로 닦아주기도 하고, 한쪽 팔을 다독이거나 포옹으로 양쪽 어깨를 껴안기도 하였다. 손길은 따스했고 위안은 컸다.

버클리 심리연구팀은 두 개의 이어진 방 사이 벽에 구멍을 만들고 그리로 팔을 내밀도록 했다. 옆방 사람의 팔을 만져보게 한 결과, 수학적 확률 8%를 훨씬 넘는 60퍼센트 이상이나 상대의 연민 감정을 정확히 나눈 것으로 밝혀졌다. 만져짐을 당할 때 우리 뇌는 정서안정과 소속감을 느낀다.

추수감사절, 가족, 친지, 이웃과 함께 식탁을 나누는 계절. 더 자주 만나고 더 깊이 소통하며 더 많이 포옹하면 좋겠다. 포옹은 쓸쓸한 가을을 건너게 하는 힘이다.

<김 케이 상담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