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테스트
왜 이렇게 끌리지? 내 성격 내가 알고, 네 성격? 그것도 이미 다 안 것 같은데. 그래도 또 해본다. 믿거나 말거나. 재미있다. 인터넷에 떠다니는 성격 테스트라면 거의가 심심풀이 수준. 친구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 때우기에 좋다. 한국과 일본인들이 유독 좋아하는 ‘혈액형별 성격특성’도 한마디로 둘 사이에 ‘관계없음’이 많은 과학저널에 실린 연구 결론이다. 그러니 심각하지 말자.
심리학자들이 사용하는 성격검사 테스트는 무엇일까? 다면적 인성검사인 MMPI는 버전에 따라 문항이 500-600개에 이르는데 심리전문가나 기관을 통해서 검사가 가능하다. 군대징병 문제, 법정 정신질환 판별에도 사용되는 만큼, 전문성이 높다. 검사 받을 때 ‘진짜 내 모습’이 아니라 ‘내가 바라는 모습’에 답변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걱정 마시라. 이런 정도의 오류 체크는 이미 문항 군데군데 포함시켜 필터링 되므로 검사자를 속이기는 어렵다. 성격과 기질을 함께 테스트하는 TCI도 자주 쓰인다.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및 신경질적 성향을 테스트하는 NEO-P-R(BIG5)은 성인뿐 아니라 아동용도 나와 있다.
사람은 누구나 동기가 무엇이냐에 따라 일정한 방식으로 행동을 한다. 행동에 패턴이 생기는 것이다. 콜롬비아 심리학과 말스튼 박사는 이런 패턴을 크게 4가지로 나누었다. 주도형, 사교형, 안정형, 신중형. 이를 토대로 한 DISC 성격검사도 심리학자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된다.
온라인에서 거의가 한번쯤 해봤을 MBTI는 성격유형을 16가지로 나누었다. 논리적 사색가형(INTP)이라든지, 대담한 리더형(ENTJ) 등 모두 듣기 좋은 표현으로 되어있어서 결과를 자기 명함에 새겨 넣고, ‘나 이런 인간 올시다!’를 알리는 사람들도 있다.
해석이 다소 두루뭉술 이라는 비판 때문에 MBTI나 애니어그램은 전문임상에서 그다지 사용되지 않는다. MBTI는 마이어스와 브릭스라는 미국 심리학자 모녀가 정신의학의 대부, 칼 융의 이론을 바탕으로 오랜 연구 끝에 1962년 처음으로 출판했다. 이후로 여러 번 개정도 되고 판권을 쥔 회사도 바뀌었다. 미국 저작권, 소유권, 상표권 등은 미국 CPP, 한국은 한국 MBTI연구소와 심리검사연구소가 가지고 있다.
심리검사 인벤토리 하나가 세상에 나오려면 여러 학자들의 오랜 실험과 임상 연구가 있어야 하고 검사지의 타당도, 신뢰도 검증도 뒤따른다. 엄청난 연구비용이 투자된다. 학자에 따라서는 평생을 바친 결과물이다. 피검사자는 종류에 따라 1-4시간 이상 걸리는 검사에 응한다. 후속 업무는 심리학자들의 몫. 결과를 취합하고 분류하고 통계분석도구에 따라 해석한다. 그 결과는 이해할만한 용어로, 이해할만한 수준의 환자에게만 설명하는 것이 가이드라인이다. 그래서 비용, 시간, 인력이 많이 들어간다.
특정 검사를 통해 성격장애, 자폐 스펙트럼, ADHD 성향, 정신병적 요소 등을 사전에 스크린하는 건 정말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시중에 떠도는 돌팔이 테스트에 그렇게 쉽게 낚일까? 성격심리학자인 미네소타대 드영 박사는 말한다.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알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인터넷에서 아무 검사나 해보지만, 글쎄요. 차라리 가까운 친구나 가족에게 물으세요. 그들에게 정직할 용기가 있다면 속속들이 알려줄 겁니다.” 두 번째는 소속감의 욕구. 자기만 별나서 이렇게 괴로운 줄 알았는데, 실은 인간이 결국 몇 가지 유형 안에 속한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우리의 뇌가 단순명료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 복잡한 심정에 휩싸일 때, “그건 말야...네 성격이 어쩌구 저쩌구라는 유형이라서 그런거야!” 이보다 심플한 요점 정리가 또 있을까. 근데 그게 근거 없는 타임 킬링 퀴즈였다는 게….
<김 케이 상담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