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복귀, 갈등이네!

완전 개방! 회사로 출근을 하라는데, 좋아해야하나? 싫어해야하나? 마음은 두 갈래다. 새벽부터 출근 준비? 아니지. 프리웨이가 다시 막히는데 운전도 싫고 화장도 귀찮다. 아래는 잠옷 바지, 위만 입으면 되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

회사로 풀타임 돌아가거나 혹은 집 반, 회사 반, 하이브리드 근무하거나 여러 가지 옵션에 직장인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집에서도 업무성적 좋은데 계속 재택근무 안 될까? 난 하루 빨리 나갈거야. 식구들과 온종일 붙어있는 게 더 고역이지……

졸업을 앞두고 입사시험을 보러갔다. 인근 대학 큰 강의실을 빌려서 종이시험지를 나눠주고 펜으로 답을 적던 아날로그 시절. 영어, 시사상식, 논술 등으로 꾸려진 빈 시험지를 메워나가는데 옆줄에 앉은 덥수룩 턱수염 남학생이 땅 꺼지게 한숨을 쉬더니 담배 하나를 꺼내 문다. 실내흡연 금지라고 시험관이 점잖게 보드에 적는다. 응시생은 나머지 시간 내내 불을 안 붙인 담배를 이리질겅 저리질겅 씹다가 답안지 제출. 끝!

얼마 후 합격통지를 받고 회사로 5명이 소집됐는데 앗! 담배 씹던 덥수룩이가 그 자리에! 반가운 마음으로 “혹시 시험 볼 때 내 옆에 앉으셨었어요?” 묻자 그가 시들하게 대답했다. “왜요? 뭐 없어졌어요?” 그날부터 우리 다섯은 똘똘 입사동기로 뭉쳐 동고도 하고 동락도 했다. 꼰대부장의 잔소리 성토, 잔무처리 품앗이, 서로의 연애상담에 인생상담까지… 재미난 회사생활. 퇴근하고 집에 오면 빨리 다음날이 되기를 기다렸다.

1년 쯤 지났을까? 어느 날 애인과 헤어진 덥수룩이가 퇴근시간이 넘도록 자리에서 멍~. “아무개씨, 퇴근 안해요?” 그가 다시 시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회사 오면 집에 가기 싫고, 집에 있으면 회사 오기 싫고,” 동기들은 퇴근 후 날마다 밤마다 자정 깊도록 덥수룩의 위로 술자리로 뭉쳤음은 물론이다. 이듬해, 그는 신춘문예 당선, 지금껏 필명을 날리고, 그새 인생진로가 바뀐 나는 혼자 고독한 상담실에서 ‘회사복귀’의 왁자지껄을 부러워한다.

회사생활을 긍정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업무에 열중하고(직무 몰입도) 퇴근 후 개인생활 만족감도 높다. 퇴근길에 꼬박꼬박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한번 등록하고 자주 빼먹는 사람보다 회사생활 만족감이 높다. 회사일로 김 빼면 다른 일도 안 된다는 것. 긍정경험에는 직장동료 간 정서지원이 큰 힘이 된다. 이 만족감은 심리 행복도를 높여, 기업은 생산성이 높아지고 조직성과도 긍정적이다. 반대로 직무 스트레스가 높으면 직원들은 삶 전반에 무기력한 느낌이 들고, 이직률도 증가한다(코넬대 산업심리학 논문, 2007).

‘스트레스’란 ‘내 맘대로 상황을 통제 못함’의 다른 이름이다. 상사의 부당한 고함지르기, 아부를 일삼다 먼저 승진하는 동료, 억지 고객 상대하기, 보상 없는 야근 등 눈앞 상황이 고스란히 내 통제권 밖이라는 무력감에 우울, 불안, 좌절이 나타난다.

한국은 미국사회와는 다른 특징을 보인다. 한국 직장인들은 ‘어려운 과제를 받았을 때 자기조절로 난관을 극복하는 것이 행복의 수단’이라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한국심리학회, 2012). 한국직장인의 자기조절이란 열심히 노력하기, 최선을 다하기, 참아내기, 꾸준히 밀고나가기. 자신을 관리해서 마침내 결과를 성취할 때 성공과 행복이 주어진다고 지각한다는 것. 정말 그럴까? 행복 평가는 각자의 몫이다.

1년여를 비웠던 직장으로 돌아가기. 뒤섞인 감정은 당연하다. 최근 조사에서 직장인 79%가 ‘갈등을 느낀다’고 답했으니 ‘난 왜 안 기쁘지?’를 두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미심리학회는 코로나 이후 회사 복귀를 이렇게 기대했다. 덜 외로울 것/ 상대 간섭을 일삼던 행동들이 줄어들 것/ 일과 가정 사이 밸런스 훈련이 잘 되었을 것/ 자기 관리능력이 높아져서 불안감이 줄어들 것 등이다.

회사로 돌아가기! 셋, 둘, 하나! 출발이다!

<김 케이 상담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