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중독에 대한 오해
2018년 어느 봄날, 세계 최고의 섹스중독 및 성 마비 환자 전문가인 카프카박사는 하버드대 교정을 가로질러 자신의 연구실로 바삐 걸어갔다. 섹스중독이 정신질환임을 주장하는 자신의 연구에 대해, 미정신의학회의 심의결과가 밝혀지는 날이었다.
지난 주, 애틀랜타의 비극적 총격사건과 더불어 각종 미디어에 떠오른 ‘섹스중독’은 신체적 문제가 아니라 뇌의 문제라는 게 카프카박사의 주장이다. 성범죄자나 살해범들이 섹스중독을 원인으로 주장하는 케이스들 때문에, 섹스중독(Sex Addiction)과 성욕과다증(Hypersexuality)이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섹스중독이 ‘중독’인지, 아니면 ‘강박행동’인지는 전문가들 사이의 오랜 논쟁거리이기도 하다.
‘중독’으로 보는 연구자들은 중독관련 핵심물질인 도파민과 쾌락중추 이상을 지적한다. 마약중독과 섹스중독이 같은 도파민 신호체제를 공유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마약복용량이 늘수록 성적공격성이 증가할 뿐 아니라 코케인 중독자들에게서 성적일탈현상이 더 많이 보고되는 것은 사실이다.
섹스중독은 오래전부터 ‘정신질환’으로 규정된 ‘변태성욕장애’와는 다르다. 그러나 변태장애를 동시에 나타내는 경우는 적지 않다. ‘변태’는 몰래 훔쳐보는 관음장애, 소위 ‘바바리맨’ 행태의 노출장애, 동의하지 않은 상대에게 문지르는 마찰도착장애,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받는데서 흥분을 느끼는 새디즘과 매저키즘, 13세 미만 아동대상의 소아성애장애, 무생물 대상 성적흥분을 즐기는 물품음란장애, 이성의 의류품에 집착하는 복장도착장애 등등이다.
신경학자들이 생화학적인 원인을 규명하는 동안, 심리학자들은 18세 이전의 심리적불안과 우울증에서 원인을 찾는다. 부모로부터 얻지 못한 애정결핍, 공허감, 낮은 자존감, 성적학대, 불면증 등의 정서적 영향으로, 유대감의 형태가 섹스중독으로 변질 표현된다는 것.
카프카박사는 일주일에 50~60명 이상의 섹스중독 환자들을 만난다. 그의 경험적 진단은 ‘자위행위나 절정감의 횟수가 일주일에 여섯 번을 넘으면 섹스중독 의심군’으로 본다.?섹스중독은 전체 인구의 약 6%로 집계되는데 남성이 95%를 차지한다.
과도한 성적 행동으로 인해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섹스중독으로 본다. 자기 파괴적인 성행위에 집착하거나, 위험도가 높은 성적 행동을 계속 추구하여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만 두려고 해도 참을 수 없거나, 강박적으로 성을 탐닉하거나, 성행위에 대한 과도한 욕구 증가, 성적 행위와 연관된 우울감, 황홀감 등의 심각한 기분 변화, 성문제에 시간을 비정상적으로 많이 소비한다면 고위험군에 속한다.
카프카박사의 환자들 가운데는 섹스중독으로 자책하다가 마침내 거세를 원하는 극단적 사례도 적지 않게 보고된다. 치료를 원한다면 미전역에 지부가 결성되어 있는 익명의 성중독자 갱생 모임(Sex Addicts Anonymous, SAA)이나 섹스와 사랑 중독모임(Sex & Love Addicts Anonymous, SLAA), 음란물 중독자 모임(Porn Addicts Anonymous, PAA), 사설 재활센터 입소, 또는 정신역동치료, 인지행동치료를 통한 전문상담을 추천한다. 미정신의학회는 아직 축적된 케이스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섹스중독을 ‘정신질환편람’에 올리는 것을 유보한다고 카프카박사에게 통보했다. 이를 ‘질환’으로 규정한다면, 일반인들이 자신의 성생활과 성적충동을 비정상인 것으로 볼 우려도 있다. 성 욕구, 성행위의 과도함을 과학적 통계로 측정하는 문제는 아직 숙제로 남아있다.
<김 케이 상담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