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력이 근육이라고?

코로나, 더는 못 참아! 그래서 어쩔텐가. 똑같은 일을 당했을 때 왜 누구는 참고 누구는 못 참을까? 정말 인내력에는 한계가 있을까?

인내력이란 장기적 목표를 위해 단기적 유혹에 저항하는 능력이다. 인내력도 근육처럼 알통 키우기 훈련으로 강해진다는 주장은 오랫동안 힘을 받아왔다. 이런 생각들을 과학적으로 따져보는 심리실험들은 다양하고 재미있다.

저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은 60년대 미국 심리학자 월터 미셸이 3-5세 아동을 대상으로 마시멜로를 한 개씩 나눠주면서 실시한 연구이다. 얘들아, 지금 먹고 싶으면 얼마든지 먹으렴. 선생님이 잠깐 나갔다 올텐데 그때까지 안 먹고 기다리면 상으로 하나를 더 줄거야. 선생님이 교실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온 10분을 꾹 참고 기다린 아이도 있었고, 유혹을 견디다 못해 홀짝 집어먹은 아이들도 있었다.

연구팀은 5-10년 단위로 실험참가 아이들을 추적하여 어떻게 자랐는지 살펴봤다. 굳은 인내력으로 마시멜로에 손을 뻗지 않고 기다렸던 아이들은 성적도 우수하고 똑똑한 학생으로 자랐으며, 마침내 좋은 직장을 얻어 소득도 높더라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마시멜로 실험의 결과다.

이 실험의 유명세 때문에 어릴 때부터 인내력을 길러주는 것이 자녀 교육의 지름길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10년 사이의 연구결과는 다르게 말한다. 인내력이 문제가 아니라 가정환경과 사회경제적 요인이 더 크다는 것. 하버드 경제학연구소의 자료 역시,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장기적 계획 수립에 약하고 단기적 보상에 집착한다는 결과를 보였다. 즉, 두 번째 마시멜로가 정말 주어질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눈앞에 있는 마시멜로를 고민할 것 없이 먹어치우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이다.

인내력, 의지력 같은 자기 통제력은 심리학의 꾸준한 관심 영역이다. 바우마이스터박사는 인내력이 한계에 다다르면 자아 고갈(Ego Depletion) 상태에 이르며, 마치 자동차 개스처럼 바닥이 난다고 말한다. 목표를 향해 출바알! 했어도 중간 과정에 충동을 지나치게 억제할 경우 인내력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진다. 처음엔 강한 인내력으로 목표 달성이 되더라도 두 번째는 ‘으으윽! 참아야 하느니라!’ 만 가지고는 어렵다. 인내력을 소진한 나머지 첫 번처럼 강력한 자기 통제력을 보이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이를 입증하는 실험도 있다. 한두 끼를 굶긴 대학생 참가자 모두에게 맛없는 무를 먹도록 하는데 한 그룹에는 무만 주고, 다른 그룹에는 냄새가 솔솔 나는 초콜릿 쿠키를 무 접시에 함께 담았다. 쿠키는 먹지 말고 보기만 할 것. 그 결과 쿠키 옆에서 무를 먹은 그룹은 두 배나 빨리 맛대가리 없는 무를 내동댕이쳤다. 곧바로 이어진 기말 시험에서 무만 준 그룹의 성적이 더 높았는데 이유인즉, 초콜릿 쿠키를 향한 유혹을 견디기 위해 인내력을 다 써버렸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인내력을 은행저축처럼 두둑하게 보관해둘 방법은 없을까? 첫 실험 30년 후, 심리학자들은 마시멜로 후속실험을 진행했다. 예전에 눈앞의 마시멜로를 먹지 않았던 아이들은 두 눈을 감았거나 책상 아래로 기어들어갔거나 장난을 치면서 유혹을 외면했거나 했다는 점에 착안, 마시멜로를 덮개로 덮어두자 결과가 달라졌다. 아이들이 보였던 인내력 평균 6분이 11분까지 연장되었고, 즐거운 생각을 하고 있으라고 지시받은 아이들은 13분을 기다렸다. 인내력은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절제를 위한 전략을 아는가에 관한 문제라는 것에 학자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누무 코로나! 더는 못 참아! 인내력 한계 수치가 아슬아슬 느껴진다면, 코로나 뉴스를 끄자. 관심거리를 딴 데로 돌려보자. 내 몸을 들어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자. 생전 안 하고 못한 일 한번 해보자.



<케이 김 임상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