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심리 스토리

버지니아주 콴티코. FBI 행동과학 유닛에서는 범인의 내면에 깔린 범죄 동기와 심리를 파헤친다. 강간범의 범죄 동기가 약자로 보이는 젊은 여성을 상대로 맘껏 권위를 휘두르고 싶은 권력형인지, 판타지를 실현해보고자 하는 흥분형인지, 어릴 적 학대가 분출된 분노형인지 판단한다.

10년 전 플로리다에서 일어난 사건과 엊그제 코네티컷에서 일어난 사건이 동일인물의 범행인지 아닌지 어찌 알랴. 귀신같이 이를 가려내는 연쇄범 식별도 범죄자 행동과학 연구에서 출발한다.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단서가 불확실하고 충분하지 않을 때 프로파일러들의 활동이 시작된다. 수사방향을 정하고 용의자 범위를 좁혀간다. 용의자 은신처를 예상하고, 검거 후에는 심리 전략을 통해 범인의 자백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범죄 수사의 대부는 셜록 홈즈다. 헝클어진 현장의 단서를 수집, 분석하고 범인을 추적해가는 원작자, 아서 코넌 도일은 연역법적 수사 방식을 사용한다. 스토리에 빠져들다 보면 내가 마치 범인과 한편인 듯, 아드레날린 급상승이다.

FBI 프로파일러들이 주로 사용하는 귀납법적 방식은 범죄발생 원인을 개인의 체형이나 골격, 성격과 심리 등에서 찾는다. 범죄의 퍼즐 조각을 맞추는 심리 분석과 두뇌 도전이다. 강력범죄 현장에 남겨진 침, 혈흔, 머리카락 같은 생물학적 증거가 많지 않아 사건해결이 어려워지면, 여러 가지 행동 패턴으로부터 범인을 추론해 나간다.

FBI의 첫 프로파일링 케이스. 16년 간 폭탄테러를 벌이며 뉴욕시민들을 공포로 몰아가던 광란의 폭파범 조지 메테스키가 1956년 검거된다. 범인 지목에 결정적 역할을 해낸 사람이 바로 정신과의사 제임스 브뤼셀이다. 그는 테러범이 남긴 전화 음성과 편지들을 분석, 범인의 특징을 결론지었다.

‘50대. 비만 체격. 남성. 미혼. 여자 형제들과 살고 있음. 이민자 또는 이민자의 자녀. 지나치게 깔끔한 성격, 극도의 편집증. 더블 재킷에 단추는 모두 채워진 차림.’

이를 토대로 수사는 급진전했고 미치광이 연쇄범은 체포된다. 정신과의사의 프로파일링은 타깃에 적중했는데, 체포 당시 잠옷 바람이던 범인은 ‘잠깐만!’을 외치더니 잠시 후 더블 재킷으로 갈아입고 나왔더라는 무시무시한 스토리다.

프로파일러의 심리추정방식 가운데 성범죄자의 맨 처음 의사결정 단계를 추적하는 데는 심리학의 ‘합리적 선택발견(Rational Choice Heuristic) 기법’이 많이 쓰인다. 범죄자와 일대일 얼굴을 맞대고 심층면접으로 기술적 모델을 만들어낸다. 범죄현장의 정보 분석보다는 범죄자 행동 순서, 의사결정 절차를 탐지해낼 수 있다.

모든 성범죄자가 참을 수 없는 성적 욕구 충족을 위해 상황도 돌아보지 않고 무조건 일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라는 게 심리학자들의 최근 연구결과이다. 오히려 합리적 사고 기제를 가지고 범죄를 진행시켜 나가는데, 절도나 강도처럼 자신이 범죄행위에 들여야 하는 노력, 에너지, 시간, 수고 등을 사전에 계산한다. 또 체포될 가능성, 피해자가 신고할 가능성, 목격자에게 들킬 가능성을 저울질한 뒤에 범행 첫 단계를 시작한다.

범인의 사고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범죄자의 기본 정보, 주변 환경, 여건 등 중요한 단서를 찾아낼 수 있다. 범죄심리학은 심리학의 응용분야이다. 얽히고설킨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일에 남다른 열정이 있는 사람, 정의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신념을 가진 젊은 심리학자들은 콴티코로 가보자.



<케이 김 정신건강 카운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