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상담사를 소개합니다

“마인다님! 어찌해야 마음 속 번뇌를 없앨 수 있겠습니까?”

마인다는 2019년 교토 생, 로봇 관세음보살의 이름이다. 한 불자의 질문에 마인다는 이기적 자아와 세속적 욕망을 설명한다. 그녀는 실리콘 피부의 갸름한 얼굴에, 반쯤 내리감아 부드러운 눈빛으로 법회에 모여든 중생들을 바라보며 반야심경을 설법한다. 컴퓨터 합성 목소리 같지 않게 다정하고 자비롭다. 법요에 참석해 큰 위로를 받았다는 불자 몇몇은 그녀 앞에 합장하여 절하고 시주봉투를 내어놓는다.

마인다가 하는 일을 상담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까? 답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스다. 인공지능(AI) 챗봇들은 내담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적절한 질문도 하며, 상담 목표가 성취되었는지 확인도 할 수 있다.

온라인 상담은 이미 많은 나라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지만 이것은 상담 대면 방식의 차이일 뿐, 인공지능 로봇은 아니다.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스마트폰 심리상담 앱은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 폭발이다. ‘살아있는’ 상담사와 예약을 만들고, 파킹은 어떻게 하죠? 를 물어가며 기다리기도 귀찮은 일. ‘지금 당장!’ 가능한 상담 앱은 구미에 맞는다.

인공지능 상담 앱의 강자, 워봇(Woebot)은 스탠포드 출신의 심리학 박사 앨리슨 다알시, 그리고 기계 학습의 석학 앤드루 잉 컴퓨터 공학박사가 이끌어간다. 개발 초기에는 월 50달러 정도의 사용료를 받았는데 현재는 무료 접속이 가능하다. 페이스북 메신저나 트위터로 내담자와 대화한다. 부정적인 생각, 우울, 불안 등의 기분 장애를 CBT(인지행동치료) 테크닉으로 관리해준다.

다알시 박사는 “워봇은 상담치료사를 절대로 대체하지 않으며 대체시킬 생각도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새벽 2시에 공황장애가 오면 상담사는 만날 수 없어도 워봇은 당신과 이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현재 워봇은 130개국에서 나이 불문, 수백만의 사용자를 거느리고 있다.

일본의 코코로(Kokoro) 앱도 CBT 치료방식을 기반으로 하여 내담자와 대화를 나누는 챗봇이다. 내담자의 기분을 묻고, 지나간 하루 동안의 감정변화를 추적하기도 한다. 스웨덴의 AI 상담사 ‘헬로 심(Hello, Shim!)’은 2015년 탄생한 뒤 내담자들을 CBT와 긍정심리학으로 안내할 뿐 아니라 특별히 공감 능력이 뛰어난 챗봇으로도 유명하다.

이 밖에 디지털 인간을 표방하는 ‘소울 머신즈(Soul Machines)’는 뉴질랜드의 대표 심리상담 앱이다. 개발자 스스로 “이거 정말 무시무시하게 인간과 닮지 않았니?” 라고 헤드카피에 자랑한 챗봇 ‘나디아(Nadia)’도 있다. 나디아는 너무 아름다워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인간의 모습으로 스크린에 나타나 웹캠을 통해 내담자의 표정을 인식하고 감정을 읽는다. 경험으로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학습되며 더 많은 사람들과 대면할수록 감정 공감 능력은 향상된다.

한국어 모바일 상담으로는 휴마트 컴퍼니의 ‘트로스트(Trost)’가 앞서가고 있다. 기계학습 기반 감정분석이 가능한 감정 스캐너 기능이 돋보인다. 내담자가 간략하게 적어낸 고민 내용을 중심으로 감정 상태를 분석하는데 초기 진료 형식으로 상담학적 조언을 들은 다음 내담자가 직접 상담자를 고를 수 있도록 해놓았다.

때로는 전문 심리상담사도 다른 곳에 가서 상담을 받는다. 10여년 전, ‘살아있는’ 인간 상담사가 나를 향한 깊은 공감 끝에 안경 너머로 보여준 물기 어린 두 눈동자가 웅덩이에 빠져있던 나에게 일어날 힘을 주었다. 나는 AI 로봇보다 같이 눈물도 짓고 나지막이 한숨도 쉬어주는 ‘사람 상담사’가 좋다.



<케이 김 정신건강 카운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