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실험실의 귀여운 쥐.

미키마우스에게 귀엽다고 말하지 말라. 빨강 멜빵바지를 벗기면 그냥 쥐니까. 나는 쥐가 무섭다. 뒷마당에 열린 과일 열매들을 전멸시키는 다람쥐도 무섭다. 야잇, 나쁜 쉬키! 소리를 지르며 쫓아가도 빤히 눈 마주친 채 두 손으로 껍질을 까서 호물호물 하고는 툇! 내 쪽으로 씨까지 뱉는다.

본시 프랑스 귀족들의 사냥개였다는 멍멍이를 처음 키우게 되었을 때 “옳거니! 뒷마당에 달려나가 나의 원수를 갚아다오!” 기대했건만, 마당으로 내보낸 강아지는 사냥은커녕 다람쥐에 놀라서 꼬리를 내리고 냅다 집안으로 도망을 왔다.

개만 빼고 네 다리 짐승은 다 무서워하는 나와는 달리 생리심리학 동물실험실에 근무하는 친구 하나는 쥐를 예뻐한다. “흰쥐는 귀여운데 아차하면 잘 물려. 털 없는 쥐도 있지. 피부가 쭈글쭈글 온통 주름으로 뒤덮인 누드 쥐 종자인데 물지도 않고 아주 착해.” 나는 우엑우엑 진저리를 쳤다. 친구가 즐겁게 같이 일하는 쥐들은 실험에 투입되기 전, 일단 면도기로 삭발을 한다. “몰캉거리는 촉감이 얼마나 귀엽다구. 그담에? 뇌를 절개하거나 암세포를 이식하거나…”

쥐는 인간과 유전자 구성이 90% 이상 같다. 3주라는 짧은 임신기간, 1~3년의 빠른 세대교체, 행동심리 연구에도 최적이다. 실험용 일반 쥐 가격은 마리당 3달러정도. 여기에 실험목적에 따라 당뇨 걸린 쥐는 50달러, 관절염 쥐는 150달러, 임신 중인 쥐는 기간에 따라 300~500달러, 비만이나 고혈압 쥐는 600달러로, 전 세계에서 한 해 6억마리 이상이 실험에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캐나다의 행동심리학자 브루스 알렉산더 박사의 ‘쥐 공원 실험’(Rat Park, 1980)은 중독이론의 새로운 발견으로 꼽힌다. 물과 몰핀을 동시에 줄 경우, 쥐들은 몰핀만을 미친 듯이 마시다가 결국 중독으로 죽고 만다는게 과거의 이론. 그런데 알렉산더박사는 ‘폐쇄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나 그렇지, 행복한 쥐도 마찬가지일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그가 천국 같은 최적의 공원을 만들어 쥐를 풀어놓자 쥐들은 더 이상 몰핀을 찾지 않더라는 예상 외의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중독질환자들의 재활에 가족과 사회가 줄 수 있는 애정 및 신뢰의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한 실험쥐들의 공헌이 여기에 있다.

“넌 종일 쥐만 만지니?” 소름 돋은 목소리로 내가 물었다. “아냐. 경험 많은 박사급들은 원숭이 실험실에도 들어가. 원숭이는 워낙 비싼데다 구하기도 어렵거든.”

뇌질환이나 심리학 실험용 원숭이는 가격이 8,000달러 이상으로 뛴다. 접촉 시 병원균 감염의 위험과 실험자와 원숭이 사이에 생길 애착을 사전예방하기 위해 실험자는 온몸을 우주복 같은 것으로 감싸고, 표정이 담길 수 있는 두 눈 역시 특수재질 유리박스로 가린다.

평생 심리애착이론을 연구한 미국의 해리 할로우박사도 원숭이실험(Monkey Experiment, 1958)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규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새끼원숭이들은 배가 고파도 차가운 철사모형 어미 대신 보드라운 헝겊모형 어미에게로 다가가 온몸을 부비며 애정을 구하더라는 ‘모성실험’이 그것이다. 실험내용은 동물학대를 이유로 여론의 공격을 받았으나 어쨌든 인간유전자와 95% 유사한, 실험실 붉은털 원숭이가 심리학 발전에 큰 공을 세운 것만은 사실이다.

“어차피 연구도 할 겸, 우리 집 다람쥐 다 잡아다가 실험실에서 좀 써다오.” 사정했더니 친구가 한심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가축이나 야생동물은 못써. 실험동물업체에서 연구목적에 맞는 질환모델을 만들어서 공급하는 거야. 니네 뒷마당 애들은 도무지 유전자정보를 알 길이 없잖니. 쯔쯔…”

<케이 김 정신건강 카운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