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견 하니를 아십니까

‘애국하는 견공 클럽’(Patriot Paws Club)은 교도시설 안에서 보조견을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철창 뒤의 강아지’(Puppies Behind Bars)도 수감자들을 통한 보조견 훈련 프로그램이다. 살인, 강도, 마약 등 강력범으로 장기 복역자 가운데 훈련자를 선발한다.

20년 형기의 A는 말한다. “어려서부터 양아버지에게 어찌나 맞았는지 열살에 가출해서 스트릿 보이가 되었습니다. 내 목숨 지키기 위해서 갱단에 가입했고, 여자친구랑 17살에 아이도 낳았습니다. 무장 강도로 열여덟에 교도소에 들어왔죠. 지금 내 나이 서른넷이고 손주도 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한가지 바른 일을 했다고 내 딸에게 말해주고 싶어서 이 프로그램에 들어왔습니다.”

훈련된 보조견은 대부분 전쟁 중 부상을 입고 집으로 돌아온 군인들에게 보내진다. 퇴역장교 B는 전투기 블랙호크의 빛나는 무공을 자랑하던 30대의 늠름한 파일럿 출신이다. 작전중 아프간 적군의 매복 급습에 걸려 폭발사고로 온몸에 부상을 입었으며 같은 자리에서 사지가 절단된 전우들의 시체를 목격했다.

이후 신체적 부상은 치료되었으나 심각한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겪으며 재향군인병원 정신과의 장기 환자로, 열가지가 넘는 향정신성 약물을 복용하며 살고 있다. 혼자서는 거리에 나가지 못하고, 가끔 큰 트럭이 집 앞을 지나가면 플래시백을 경험한다. 플래시백은 PTSD의 전형적 증세로, 트라우마에 관련된 어떤 것을 접했을 때 그 기억에 강렬하게 몰입되어 당시 감각이나 심리상태가 재현되는 증세이다.

사랑스런 래브라도어 종 하니는 강아지 때부터 수감자 A와 함께 감방 안에 마련된 시설에서 생활하며 2년 동안 외부파견 전문가가 진행하는 엄격한 훈련과정을 거쳤다. 수감자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면 퇴학당하기도 하고, 강아지가 너무 감정적인 경우 중도 탈락되기도 한다.

하니가 2년간 익혀온 명령은 대략 100가지다. B가 공황발작을 보일 때 하니는 벽에 매달린 수화기를 들어올려 911에 연결한다.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는 B에게 안전한 동선을 확보시킨다. 날이 더우면 겉옷을 벗기고, 밤에는 침실 전기 스위치를 꺼준다. 빨래통을 세탁실로 옮기고 B가 악몽으로 가위눌릴 때면 흔들어 깨운다. 발작이 일어날 때는 B의 가슴 위에 자기 몸을 엎드려 알맞은 무게감으로 안정을 주고, 때로 천둥소리에 놀란 B가 온몸을 떨면, 하니는 그의 어깨를 보듬어 안고서 토닥토닥 숨을 고르게 한다. 마켓에 갈 때도 동행하고 사온 식료품은 부엌장에 정리할 수 있다.

B장교가 하니와 더불어 2주간의 적응기간을 가지는 동안 수감자 A는 훈련장에서 대기한다. 강아지를 처음 품에 안던 순간이 어제 일만 같다. 이제 헤어지면 감방으로 혼자 돌아가게 될 것이다.

보조견 졸업식 날이 왔다. A에게도 이날만은 죄수복 대신 일반 복장이 허락되었다. B는 멋진 공군장교 유니폼을 입는다. 하니도 보조견 견장을 차고 졸업식에 참가했다. 교도소장의 인삿말이 이어졌다.

“퇴역장교 여러분! 위대한 미국을 위해 바치신 희생과 봉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사회에 공헌할 기회를 충실히 이행한 수감자 여러분에게도 감사합니다. 보조견을 통하여, 여러분의 삶이 제2의 기회로 도약하기를 기원합니다. 보조견 일동, 설루트!” 하니를 포함한 보조견들이 일제히 앞발을 들어 경례! 자세를 취했다.

<케이 김 정신건강 카운슬러>